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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 세계속으로] 프랑스의 ‘마스크 혁명’(5.4)
작성자 정치외교학과조회수 10날짜 2020.05.06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프랑스의 ‘마스크 혁명’

얼굴 가림에 대한 거부감 뿌리깊은 佛 / 특정 문화와 전통도 위기 맞으면 변화

한 주 앞으로 다가온 5월 11일 파리의 광경이 사뭇 궁금하다. 마스크라면 고개를 저으며 손발 들어 거절하던 프랑스 시민들도 이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심지어 상점 주인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손님의 입장을 거절할 수도 있다. 프랑스 정부가 두 달 가까이 지속된 격리 해제를 추진하면서 발표한 혁명적 조치들이다.

올 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여 마스크가 동아시아 대도시의 거리를 뒤덮을 즈음에도 유럽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었다. 간혹 아시아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긴 했지만 며칠 지나면 눈치가 보여 슬며시 벗어버리곤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프랑스 정부는 의료진이 아닌 일반인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물며 마스크를 쓰면 방심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억지도 동원했다. 하지만 고집스러운 프랑스조차 무서운 질병의 위험 앞에서 마스크의 효과적 보호기능을 계속 외면할 수는 없었다.

프랑스는 왜 이토록 마스크를 싫어하는 것일까. 마스크 거부는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터프함’과 의연함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일례로 많은 파리지앵은 우산을 들고 다니지 않으며 비 맞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행동한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가는 비를 얼굴에 맞으며 느끼는 낭만적 산책에 우산이나 마스크가 말이 되는가. 물론 파리는 서울 같은 소나기 장대비는 무척 드물고 지하철역이 옹기종기 붙어 있어 눈비를 피하기도 수월하다.

더 뿌리 깊은 이유는 역사적이다. 얼굴을 드러내 놓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토론하는 문화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부패하고 타락한 귀족이 자기들끼리 궁궐에 모여 신분을 살짝 감추는 가면무도회를 즐기는 족속이었다면, 자유·평등·박애 공화국의 시민들은 감출 것이 없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존재의 대조적인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 이처럼 가면, 즉 마스크는 귀족, 위선, 특권 등과 직결되는 의미를 갖는다. 반대로 ‘생얼’은 순수하고 자신만만한 민주시민을 상징한다.

이 같은 생얼·가면의 도식은 혁명의 프랑스공화국이 제국주의에 나서면서 이슬람문화를 타자화하는 데 동원되었다. 프랑스는 19세기 말 세계 최초로 증명사진이 담긴 신분증을 만들었고, 이는 북아프리카 식민지에서 얼굴을 가리던 이슬람 여성의 히잡을 벗기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전통은 21세기까지 이어져 2010년 공공장소에서 누구나 얼굴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이 통과되었다. 2014년 파리 오페라에서는 베일로 얼굴을 가린 관객을 문제 삼아 배우들이 공연을 중단했고, 해당 여성이 극장을 떠난 다음에야 공연이 계속되었다. 그만큼 정부는 물론 시민들의 의식 속에 얼굴 가림에 대한 거부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뜻이다.

이런 프랑스가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고 나섰으니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다. 아무리 2백년이 넘는 혁명의 전통이고 민주시민의 안면 공개 원칙이 신성하다 할지라도 인간의 생명과 공동의 건강보다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특정 문화와 전통은 확고하고 탄탄해 보여도 위기나 기회를 맞으면 변화하기 마련이다. 코로나19는 세계를 평평하게 만들고 있다. 마스크의 문화적 의미를 질병 방지를 위한 도구로 통합하고 있으니 말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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