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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 세계속으로] 바이러스, 2020년 세계화의 거울(3/9)
작성자 정치외교학과조회수 38날짜 2020.03.11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바이러스, 2020년 세계화의 거울

경제·관광·종교… 하나의 마을이 된 지구 / 세계 각지 변화 초래하는 ‘촉매제’ 될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를 하나로 만들었다. 작년 말 중국에서 시작되었는데 불과 몇 달 만에 모든 대륙으로 퍼졌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새 바이러스는 세계가 얼마나 하나로 이미 묶여 있었는가를 밝혀주었다. 인간을 숙주(宿主)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은 1990년대부터 사회과학에서 주목하기 시작한 세계화 현상의 가장 인상적이고 구체적인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러스의 근원인 우한은 ‘중국의 시카고’라고 불릴 정도로 교통요지인 데다 GM, 혼다, 르노 등 굴지의 세계 기업들이 투자한 생산기지다. 이 도시를 오가는 사람은 연간 40억명에 달하며 매일 3500여명이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향해 떠나곤 했다. 지구촌에서 비행기로 여행하는 사람의 수는 20년 전 연간 15억명에서 이제 45억명으로 늘었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데는 관광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비좁은 비행기나 크루즈 여행이 얼마나 전염병에 취약한지는 이번에 여러 사례에서 잘 드러났다. 또 한국의 신천지에서 보듯 종교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서아시아의 경우 시아파 성지 쿰(Qom)에서부터 바이러스가 이란을 비롯한 주변 국가로 확산되었다고 한다. 경제, 관광, 종교의 세계화가 지구를 하나의 마을로 촘촘히 묶어 놓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마다 정부 정책이나 시민들의 반응은 무척 다르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한국에 오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살기가 불가능하다. 한국은 하루에도 몇 번씩 확진자 동선에 관한 정보가 스마트폰으로 전달되고 기록적 분량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했다. 반면 프랑스에서 들리는 소식은 정부가 바이러스를 종식(終熄)시키기보다는 피해자를 줄이는 정책 단계로 돌입했다고 한다. 경제나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고려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질병에 대한 대응에서 정답은 없다. 다만 한국이나 미국의 경우 선거철이고 대선의 해라는 사실이 불필요한 논쟁을 양산하는 듯하다.

2003년 겨울과 봄, 나는 베이징에서 사스(SARS) 사태를 겪었다. 그때 이미 거리가 한산한 유령 도시가 되고 공항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행렬을 지어 중국을 탈출하는 광경을 경험했다. 사스는 훨씬 심각한 치사율을 보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긴장했다. 중국에선 침을 뱉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손을 씻는 습관이 널리 퍼졌다. 당시 비좁은 승강기를 꺼려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고, 대중교통을 피하려 자가용 구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번 바이러스도 세계 각지에서 변화를 초래하는 촉매제가 될 예정이다. 백여 년 전 스페인 독감은 이미 세계 전체를 강타한 바 있지만 당시는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받는 기술은 없었다. 2020년은 전국이나 세계 지도에 바이러스의 지리적 확산을 눈으로 훤히 보면서 공포가 증폭되는 시대다. 학교가 문을 닫고 직장에서는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정보기술을 활용한 교육과 비즈니스가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대면 접촉의 최소화 경향으로 삶이 더 피폐해질까 걱정이 앞선다. 교실에 모여 앉은 학생들의 맑은 눈을 보면서 강의하고 비말(飛沫) 걱정 없이 친구들과 떠들썩한 모임을 갖는 날이 빨리 돌아오길 바란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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