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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 세계속으로] 재택근무 불가능한 사람들의 분노(4.20)
작성자 정치외교학과조회수 12날짜 2020.05.06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재택근무 불가능한 사람들의 분노

엘리트·노동자 계급 따라 천차만별 / 세계화 반발·민주주의 가치 의심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확산되기 때문에 전 세계가 똑같이 초긴장의 비상 상황이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국가와 민족, 계급과 지역으로 나뉘어 있어 큰 차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질병 확산 초기 중국과 한국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손꼽혔지만 봄이 되면서 유럽과 미국이 코로나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최근 나라마다 문을 걸어 닫은 뒤 계급이나 지역의 경계를 따르는 차이가 부각되고 있다.

거의 모든 나라가 국민의 이동을 제한하는 유럽의 경우 노동인구는 세 그룹으로 나뉜다. 대략 3분의 1은 재택근무 형태로 일을 계속하는 한편, 3분의 1은 평소대로 직장에 나가 근무해야 한다. 노동인구의 나머지 3분의 1은 휴업 또는 임시실업 상태다. 대면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피해자의 대부분이다. 유럽은 그나마 국가의 재정 지원으로 임시실업 형태로나마 고용을 유지하지만 미국은 이미 실업인구가 2000만명을 넘어섰다.

재택근무의 현실은 계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프랑스의 경우 교육 수준이 높은 간부급 가운데 44%가 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반면, 노동자 계급에서 재택근무는 3%에 불과하다. 지역별 차이도 심각한 수준이다. 파리의 경우 47%가 재택근무를 하는데 가난한 북동지역에서는 20%에 불과하다. 정치적으로도 이런 차이는 확인된다. 중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지지자의 41%가 재택근무를 하는 반면 극우 마린 르펜 지지자 가운데 이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파리의 엘리트가 넓은 아파트에서 한가롭게 재택근무를 하면서 닫힌 세상에 대한 한탄을 늘어놓고 이번 사태가 지구 온난화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하는 동안, 수백만명의 임시 실업자는 손가락을 빨며 다음 달의 불확실한 운명을 걱정하는 세상이다. 잘나가는 엘리트가 환경을 위해 기름값을 올리자고 할 때 노란 조끼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난 2018년 12월이 떠오른다. 올겨울 연금 관련 대규모 파업으로 프랑스가 마비되었을 때도 사회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엘리트와 걸어서라도 기필코 출근해야 하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프랑스의 이런 사회 불평등은 이웃 영국이나 독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또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지난 2008년 글로벌 위기와 2010년대 유로 위기의 사회적 상처에 다시 코로나 충격이 더해진 셈이다. 유럽에서 청년층이 극우나 극좌 포퓰리즘의 중요한 지지 계층으로 부상한 이유다. 밀려 들어오는 외국 상품과 열린 국경으로 상징되는 세계화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는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강력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경향은 세계화에 대한 반발과 함께 상당수 시민들이 민주주의 가치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민주주의는 줄이고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프랑스 43%, 독일 41%, 영국 34% 등 다수는 아니지만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유럽의 포퓰리즘은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강한 지도자의 권위주의를 모델로 삼아 대중을 유혹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나 러시아가 코로나 위기관리에서 유럽보다 더 나은 상황이 아닌 이상, 앞으로 중국의 시진핑이 유럽 포퓰리즘의 새로운 영웅으로 부상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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